긴 고갯길을 굽이굽이 돌아와 보목마을 안마당에 들어서야 비로소 수줍은 듯 숨어있는 제지기오름을 만날 수 있다.
소나무숲으로 몸을 감싸 갯가에 앉아 있는 보목마을의 인후한 어른.
옛날 굴사(窟寺)가 있고 이를 지키는 절지기가 살았다하여 '절오름', '절지기오름'이라 불리기도 하였다. 포구
앞바다 1Km 지점에 위치한 섶섬의 검푸른 모습이 손에 잡힐 듯 하다. 오름의 전체적인 모양은 화산활동으로 분출한 용암이 넓게 흐르지 못하고
화구상이나 주위에서 굳어져서 생긴 용암의 언덕인 용암원정구(lava dome)의 형태를 띠고 있다. 북사면은 완만한 등성이가 뻗어 내리면서 여러 갈래로 얕게 패어 있으나 북사면은 매우 가파르다. 오름 중턱에는
바닷소리도 솔바람소리도 스며들지 않는 조용한 바위굴과 절터가 있다. 해송으로 울창한 숲을 이루면서 지나가는 행인을 유혹하고 있는 오름에 올라
세상의 시름을 씻어 볼 만하다. |